전북 고창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마을이자, 문화유산과 생태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최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고창읍성과 선운사, 청보리밭 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고창에서 꼭 가볼 만한 감성 여행지와 관광 포인트, 현지의 맛집과 카페, 숙소까지 1박 2일 코스로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소개한다.
조용한 풍경 속에서 만나는 삶의 온도, 고창으로의 여행
지나온 계절과 새로 오는 계절이 교차할 즈음, 마음은 한적한 풍경을 그린다.
그 풍경 안엔 바다도, 산도,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느리게 흐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북 고창은 바쁜 일상 속 여행자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이름 중 하나다.
고창은 흔히 ‘조용한 도시’라 불린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는 깊은 삶의 결이 담겨 있다. 고창읍성과 고인돌, 선운사의 오래된 벽과 천년의 숲은 단지 유적지를 넘어, 사람들이 지켜온 역사와 감정이 서린 공간이다.
최근 <폭싹 속았수다> 프로그램에서 배우 박보검과 아이유가 고창의 골목을 걸으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은,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잊고 지낸 한국 시골의 따뜻함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이 글에서는 그런 고창의 정서를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문화유산과 자연생태, 지역의 음식, 커피 향기, 그리고 하룻밤 머물기 좋은 숙소까지 단단하고 정돈된 여행 코스로 안내하고자 한다.
고창 여행의 중심,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 6선
1. 고창읍성 – 사람과 마을을 품은 성곽길
조선시대 축조된 고창읍성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평지형 산책 성곽이다.
‘모양성’이라는 별칭처럼 둥글고 부드러운 형태로,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마을과 고창의 농촌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봄이면 벚꽃이 성벽 위로 흐드러지고, 여름에는 파란 하늘과 초록 논밭이 대조를 이룬다.
가을의 억새와 겨울의 눈 내린 성곽 또한 여행자의 카메라를 머무르게 한다. <폭싹 속았수다> 에서 박보검과 아이유가 함께 걸었던 이 길은 이제 고창의 대표 ‘감성 산책로’가 되었다.
2. 고인돌 유적지 – 유네스코가 인정한 선사시대 박물관
고창의 평야는 그냥 펼쳐진 들이 아니다.
그 위엔 2,000년 전 조상들이 남긴 거대한 돌의 언어, 고인돌이 박혀 있다. 총 447기의 고인돌이 밀집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고인돌 분포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고창 고인돌박물관에서 선사 문화를 배우고, 야외로 나와 넓게 펼쳐진 고인돌 산책로를 걷는 일은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 여행자에게도, 역사와 풍경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이에게도 최고의 경험이 된다.
3. 학원농장 청보리밭 – 바람이 머무는 계절의 언덕
고창하면 청보리밭, 청보리밭하면 학원농장이다. <폭싹 속았수다> 의 촬영지가 바로 이곳이다.
매년 4~5월이면 수십만 평의 청보리밭이 물결치며 초록빛 바다를 만들어낸다.
초입부터 이어지는 언덕길은 걷기만 해도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준다.
보리밭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와 중간중간 놓인 작은 전망대에서는 커플, 가족, 혼자 온 여행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봄을 기록한다. 드론 촬영이 가능한 명소이기도 하며, 특히 해질 무렵 오렌지빛 하늘과 보리의 대비는 인생샷을 남기기에 완벽하다.
4. 선운사 – 동백과 고찰이 피워내는 봄의 미학
선운사는 고창군 아산면에 위치한 천년 고찰이다.
이 절의 봄은 동백꽃으로 시작된다. 3월 중순부터 수천 송이 동백꽃이 붉은 융단처럼 경내를 덮는다.
미륵전과 대웅전, 석탑과 암자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선운사는 단순한 사찰을 넘어서 계절마다 다른 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색의 장소’다. 선운산 도립공원과 함께 걷는 트레킹 코스도 추천할 만하며, 조용한 아침 시간에 찾아가면 명상과 힐링의 경험이 극대화된다.
5. 해리 염전과 갯벌 체험장 – 햇빛과 바람이 만드는 소금의 예술
고창 해안선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염전과 갯벌 체험지로 숨은 명소다.
해리면 일대의 염전은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소금 언덕이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갯벌 체험장에서는 바지락 캐기, 소금 긁기 체험이 가능하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교육형 콘텐츠로도 손색없다. 여름엔 갯벌 생태 탐방이, 봄과 가을엔 염전 포토존이 인기다.
6. 운곡습지 생태공원 – 한국형 정적 생태의 표본
천연기념물 두루미와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는 운곡습지는 전북 고창이 ‘살아있는 생물권’이라 불리는 이유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소다.
인공적인 조성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생태가 보존된 이곳은 야생조류 탐조대, 생태 교육관, 목재 데크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속도보다 호흡에 집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창의 맛과 쉼, 진짜 로컬을 만나는 공간들
[로컬 맛집]
● 복분자오리백숙 – 고창 특산물 복분자를 오리에 가득 채워 끓인 보양식. 선운사 입구 맛집.
● 고창막걸리골목 – 고창전통시장 인근 수육, 파전, 빈대떡과 함께하는 현지인의 밤.
● 복덕식당 – 단일 메뉴의 정갈한 시골 백반집. 장맛이 깊다.
[감성 카페]
☕ 카페 시소 – 고창읍성 인근 한옥 스타일 카페. 통창과 마당 뷰.
☕ 카페 양화정 – 청보리밭 언덕에서 보리바람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
☕ 카페 운곡 – 생태공원과 연결된 쉼의 공간. 차분한 음악과 자연 풍경이 공존한다.
[감성 숙소]
🏡 소요재 – 고창읍성 가까이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스테이.
🏡 청보리마을 게스트하우스 – 학원농장 바로 앞 위치, 계절의 색을 바로 느낄 수 있음.
🏡 구암정스테이 – 선운사 인근 숲속 단독 한옥. 1일 1팀 한정 운영.
고창은 목적지가 아니라, 기억이 되는 여행입니다
고창은 눈에 띄는 화려함 대신, 마음에 남는 깊이를 선물하는 곳이다. 사람과 자연, 시간과 공간이 나란히 걷는 이곳은 잠시 들러 떠나는 여행지라기보다 가만히 머물며 느끼는 ‘삶의 속도’를 배우는 곳이다.
<폭싹 속았수다> 속 그들처럼, 당신도 고창의 돌담길, 성벽길, 보리밭 언덕 위를 걸으며 무언가에 속았다는 듯, 조용히 치유받고 웃게 될지도 모른다.